
이재명 대통령의 추석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두고 여야가 벌인 설전이 고발전으로 이어지며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외교·민생 현안과 국정감사를 뒤로하고 소모적인 정쟁을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JTBC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냉부해) 출연을 두고 양측간 고발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의 예능 촬영을 비난했다. 대전 유성구 소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발생 이틀 후인 지난달 28일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 와중에 예능에 나갔다는 지적이다. 주 의원은 “국정자원 화재로 국민 피해가 속출할 때, 대통령은 무려 2일간 회의 주재도, 현장 방문도 없이 침묵했다”며 “잃어버린 48시간”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같은 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화재 당시) 국제연합(UN) 총회에서 귀국하는 비행기에 있었다. 다음 날은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대통령이 국가위기관리센터장과 국무위원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밤새 상황을 점검했다는 공지문을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오전·오후에 각각 긴급 비상대책회의와 관계부처 장관·지자체장 등과 대면·화상 회의를 주재했다고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실은 억지 의혹을 제기해 국가적 위기 상황을 정쟁화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행위에 법적 조치도 강구 중임을 알린다”고 밝혔다. 5일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가위에까지 대통령에 대한 허위 사실로 흑색선전을 일삼는 국민의힘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주 의원을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주 의원도 지난 6일 강유정 대변인과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을 동일한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다만 다음 날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페이스북에 ‘48시간 행적은 결국 거짓말’이라고 게시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며 연휴 내내 꼬리를 무는 설전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관세 등 외교 문제와 민생 현안,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가 서로 득이 될 게 없는 싸움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 소장은 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국정자원 화재 상황에서 예능 출연을 정쟁으로 다룰 문제이냐”며 “(냉부해 논쟁이)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일인가. 냉부해에 출연하지 않으면 국가 전산망이 정상화되느냐, 시스템이 정비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 여야는 국정자원 화재와 관련해 지난 정부에서 예산을 삭감한 이유, 데이터 이원화나 백업을 안한 이유, 화재예방 시스템에 예산을 투입하지 않은 이유 등으로 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통령이 예능에 출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K-푸드를 알리기 위해서라는 취지도 나쁘지않다”면서도 “그런데 상당히 타이밍이 나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당간 고발사태에 대해 “우리 정치의 가벼움, 그 바닥까지 간 양쪽의 극단적 상황을 보여준 것 같다”며 “대통령실의 정무적 대응이 미숙했고, (야당이) ‘잃어버린 48시간’이라고 공격하는 것도 너무 과했다. 양쪽 모두가 본인들의 정무적 판단·문제 해결 능력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지혜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국민의힘은 K-푸드를 알리기 위한 대통령 부부의 방송 출연에 거짓 선동을 일삼으며 비난을 위한 비난에만 매달렸다”며 “추석 밥상 위 가득했어야 할 국민 화합과 민생을 정치에 대한 불신과 피로감으로 바꾸어버린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