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가 정책 설계·점검·개선 과정에 금융소비자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정책평가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공급자 중심이었던 금융정책을 소비자 중심으로 대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5일 서울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열린 ‘소비자·서민 중심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이번 간담회는 이 위원장이 약속한 ‘소비자 중심 금융’을 실현할 정책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마련됐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달 15일 열린 취임식에서 ‘생산적 금융’, ‘소비자 중심 금융’, ‘신뢰 금융’이라는 3대 금융 대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새 정부가 그동안 서민·취약계층 금융지원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정책수요자가 체감하는 정책 변화는 미흡한 상황”이라며 “소비자와 금융약자 시각에서 기존 정책을 다시 점검하고 새 정책을 통해 소비자 중심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금융소비자 정책평가 위원회 신설 △금융회사 거버넌스 개선 △서민·취약계층 금융 지원 대폭 강화 △금융범죄 척결 등 네 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금융위는 먼저 ‘금융소비자 정책평가 위원회’를 신설해 내년 초부터 소비자 의견을 금융정책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금융소비자 정책평가 위원회는 금융위원장, 민간위원, 관계부처 등 15인 내외로 구성돼 금융정책의 전반을 설계·점검·개선해나가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산하에 민간위원만으로 구성한 별도 독립 평가소위원회를 만들고 해당 위원회를 통해 매년 정책을 평가해 외부에 결과를 공개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위원회는 금융산업 전문가 등 공급자 중심이 대부분이었다”며 “이번에 신설하는 위원회는 소비자단체 등 수요자 중심으로 꾸린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인 구성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대한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 보호 최우선 가치로…금융사 책무구조도 정착 등
금융위는 소비자 중심 금융을 실현하기 위해 금융사 책무구조도를 정착시키고, 금융사의 소비자보호 조직 역할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금융사는 임원 직책별로 책무 및 책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기술한 문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임원이 책임져야 하는 범위 등을 사전에 명확히 하는 등 금융사 전반의 효율적인 통제 관리가 가능해진다.
또 금융위는 소비자 피해 사전예방, 사후구제를 제도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분쟁 사건에는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하고, 신속한 구제를 위한 페어펀드 신설을 추진한다. 편면적 구속력이 도입되면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소비자가 동의할 경우 금융회사는 무조건 수용해야 하며 별도 소송 진행이 불가능해진다. 페어펀드가 도입되면 불완전판매 등 불법행위로 피해를 본 투자자가 금융사가 낸 과징금으로 신속하게 구제받을 수 있다.
금융위는 편면적 구속력, 한국형 페어펀드 등이 국정과제에 포함된 만큼 연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내년 입법 논의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서민·취약계층 전폭적 금융 지원하고, 민생 침해형 범죄 척결
금융위는 서민·취약계층의 금융 지원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코로나 19에 따른 경제 충격 대응 과정에서 취약계층·소상공인의 부채부담이 크게 확대되고, 내수부진 등으로 이를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난 1일 출범한 새도약기금을 통해 상환능력을 상실한 이들의 재기를 지원하고 우리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체채권 반복 매각에 따른 추심 강화, 금융사의 기계적인 소멸시효 연장 등과 관련해 개선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만큼, 해외사례 분석을 토대로 개인 연체채권 전반에 걸친 종합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고령층, 서민·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고통에 빠트리는 민생 침해형 범죄에 대한 대응도 강화된다. 특히 금융위는 나날이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에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보이스피싱 총피해액은 8856억원에 달한다. 전년동기 대비 91.5%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추세로 가면 연말에는 누적 피해규모가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위원장은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한 금융회사의 무과실 책임 도입 등을 통해 금융권의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피해 예방노력을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금융소비자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금융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금융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