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조선 동맹’ 견제 나선 中…K조선, 위기인가 전환점인가

‘韓-美 조선 동맹’ 견제 나선 中…K조선, 위기인가 전환점인가

기사승인 2025-10-15 17:31:29
한화 필리조선소, 국가안보다목적 선박. 한화오션 제공

중국 정부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공식 제재하면서 조선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한미 간 ‘마스가(MASGA)’ 협력 추진을 앞두고 관세 협상 결과를 예의주시하던 업계는, 중국이 국내 기업 한 곳을 특정해 강경 조치를 내린 데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전날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가 현지 정부의 중국 제재 조사를 도왔다는 혐의로 제재를 가했다. 이는 미 ‧중 관세 갈등이 본격화한 후 한국 조선 기업에 대해 중국이 내린 첫 제재로, 미국이 14일부터 중국 소유·운항·건조·등록 선박에 대해 추가 항만 수수료를 부과한 것에 대한 ‘맞불’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 상무부는 제재 사유를 “미국의 중국 해운·조선업에 대한 301조 조사와 차별적 조치에 대한 지원·협력”으로 명시했다. 또 한화 Philly Shipyard Inc. 등 한화오션의 미국 내 주요 법인을 포함해 중국 내 모든 기관·개인의 거래·협력을 전면 금지했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확산될 경우 마스가를 통해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을 확대하려는 국내 기업들에 불똥이 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다만 당장 직접적인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조선 시장을 보고 투자 유치를 크게 한 상황에서 현재 우리나라 전체 선박 파이 가운데 중국 입항 선박의 수는 지극히 적은 상황”이라며 “직접적 타격을 준다기 보다는 마스가가 시작되며 한-미 조선업 협력을 견제하려는 경고성 형태 제재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미국과 중국 사이 제3국인 한국 업체에 피해가 갈 가능성을 우려한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만 터지는 격”이라며 “이번 조치가 한미 조선업 협력에 대해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산 원‧부자재에 대한 의존도는 배제할 수 없기에 기업들이 관세 협상 결과를 주시하며 양 노선 사이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이번 제재가 ‘항만세’ 자체보다 미국의 조치에 한화 측이 ‘협력했다’는 명분으로 제시된 점을 주목한다. 중국산 기자재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한 만큼, 향후 한국 조선소들이 간접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중국 영성유한공사를 통해 블록·중간재를 공급하며 거제·거통포 조립과 연계한 분업 체계를 구축해 왔지만, 중국발 리스크 부각으로 이곳의 조달·통관·납기 관리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또한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 Inc.)를 거점으로 미 국내 상선·특수선 협력을 넓혀온 만큼, 중국의 미국 법인 제재의 직접 영향권에 놓여 있다. 반면 HD현대 조선 계열은 미·중 양국 모두에 직영 조선소가 없어 상대적으로 위험 노출이 적지만, 중국산 기자재와 글로벌 선주·선급 인증, 물류 경로 등이 얽혀 있어 간접 충격에 대비할 필요성이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제조 원가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혹여 중국 기자재에 대한 불이익을 준다면 향후 문제시될 수 있다고 본다. 리스크 대비가 필요하지만 지금 수준은 경고성 차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도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운임 상승을 우려하면서도, 운항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내 선박의 중국 입항은 드문 편이지만, 일부에서는 전략적으로 중국 노선을 줄이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오히려 이번 긴장이 한국 조선업에 ‘반사이익’이 될 여지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으로 위기가 있을 순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미국이 중국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를 부과한 직후, 이에 대한 한국 조선소 반사 이익 가능성도 떠오른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스가 추진 과정에서 중국의 한국 제재로 발생한 손해를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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