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이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에 힘을 주는 가운데, 대법원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는 ‘재판소원제’ 도입에도 당정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다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급한 ‘당론 추진’은 공론화를 거쳐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판소원제’ 도입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재판청원제(재판소원제)는 재판이 적법한 절차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또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명백히 위반한 경우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길을 열어보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일 민주당 김기표 의원,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공동 발의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경우에 따라 대법원 판결 확정 후 30일 이내 헌법소원 청구 가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주요 내용은 △판결 확정 사건 중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된 경우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헌법과 법리를 위반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 등이다. 해당 개정안은 21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민주당은 정부와도 재판소원이나 사법개혁안 추진이 충분한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저녁 YTN라디오 ‘김준우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당정 간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재판소원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여전히 평가가 엇갈린다. 김 원내대표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재판소원은 찬반 의견이 있으며, 당론이 발의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다음날 정 대표는 민주당 지도부 의견으로 재판소원 입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해 당 지도부 간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은 표현의 차이일 뿐, 당론 추진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 원내대변인은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표현 차이다. 당론이 되려면 의원총회(의총)에서 당론으로 의결을 해야 한다”며 “둘의 의중은 공청회나 입법청문회 등 공론화·수위 조절 과정을 거쳐 당론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재판소원제’가 사실상 ‘4심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행 3심제(1심-항소심-상고심)에서 헌재 결정에 따라 결과가 바뀔 수 있어 재판이 장기화되고,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회피용’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법원 확정판결을 다시 뒤집을 수 있는 4심제를 도입해 이재명 대통령의 유죄가 확정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까지 무력화시킬 수 있는 장치”라며 “행정부와 입법부를 견제해야 할 사법부를 입법권력으로 눌러 장악하고, 사법부를 집권여당의 입법권력으로 통제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미 일부 재판은 헌법재판소에서 다뤄지고 있다”며 반박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헌법소원제도는 본래 독일에서 법원의 재판을 대상으로 설계된 제도”라며 “우리 헌법도 헌법소원의 대상을 법률로 정하도록 해 국회의 재량 판단에 맡겨놓고 있다. 따라서 재판소원제가 터무니없거나 비현실적인 제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