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주식시장 가운데 국내 유가증권 시장 상승세가 유독 두드러진다. 지난달 3400선을 사상 처음 돌파한 데 이어 이달 들어 3900선까지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언한 코스피 5000시대가 곧 열릴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강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지만 코스피 5000 돌파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27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4개월여 만에 46% 상승률을 기록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전날인 지난 6월2일 2698.97로 마감했던 지수는 전 거래일 3941.59까지 뛰었다.
“코스피, 실적 동반 상승…버블 아니다”
단기간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코스피 버블론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여의도 증권가는 대체로 반도체주를 주도로 한 강세장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경제성장률과 GDP 성장 기여도가 과거 IT 버블 위기 직후 평균 경제성장률보다 높다”며 “버블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윤여철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실적이 동반된 증시 상승은 버블이 아닌 밸류에이션 재평가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코스피 이익 증가는 반도체 업종이 주도 중인데 내년 반도체 업종 이익 전망치는 42% 상향됐다. 코스피 이익 전망치 또한 11.3%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일관된 정책·이익 성장·기관투자 비중확대 등 필요
다만 코스피 5000 시대에 전망에 대해선 다소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이익 개선세가 이어져야 하는 건 물론이고 정부의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이 일관성 있게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기업들이 주주환원 등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하며 기관 투자가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 확대도 수반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국내 증시가 미국 등 선진국 증시처럼 안전성을 확보하면 5000시대 진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증시는 미국 등 서구권 증시와 비교해 개인 투자자 거래 비중이 매우 높고, 기관 투자가 비중이 낮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정 테마로의 쏠림 현상 등 합리적 주가 형성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이 선진시장과 비교해 큰 약점 중 하나”라며 “주식형 펀드의 육성 등을 통해 기관 투자가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선진국 증시와 비교해 여전히 소액주주 보호가 미흡하고, 중복 상장 등으로 기존 상장 기업에 대한 수급 희석 요인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앞으로 코스피 5000포인트를 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요인으로 꼽혔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국민연금·퇴직연금 등 장기자금의 국내 주식시장 내재화가 안정적 상승의 기반이 될 것”이라며 “연금자금의 국내 주식 유입을 위한 세제 인센티브와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CMO는 “정책의 신뢰, 제도의 유연성, 산업의 미래성이 맞물릴 때 한국 자본시장은 진정한 안정과 성장을 동시에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국민연금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연금의 국내 증시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은경 보건복지부장관은 이에 대해 “중장기 비중 확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국민연금은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국내 주식 비중을 꾸준히 줄여왔다. 내년 말 기준 국내주식 비중은 14.4%이며 2029년 말까지 매년 0.5%포인트씩 줄여나갈 계획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5000 가시화와 한국 증시의 매력를 높이기 위해선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법, 상법개정 등의 방향성에 기업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동참하는지 여부도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