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협상 조기 타결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23일 공개된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합리성을 믿는다. 또 두 나라가 합리적인 합의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입장차를)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APEC 정상회의 이후까지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방한해 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인터뷰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0일 귀국해 협상 결과를 보고한 직후인 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녹화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익을 현저히 저해하는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대통령의 기본 입장”이라며 “APEC 시점을 의식하기보다 협상의 완결성과 실질적 이익을 우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양국은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두고 세부안을 조율 중이다. 미국 측은 전체 투자 규모를 유지하면서도 현금 투자 비율을 높이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한국 측은 외환시장 안정성과 투자 여력을 고려해 장기 분산 투자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관세 문제를 넘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국방비 분담 등 경제·안보 전반을 포괄하는 ‘패키지 딜’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속도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기류가 우세하다.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연간 150억~200억 달러 수준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을 전달했고, 이에 따라 150억~250억 달러를 8~10년에 걸쳐 투자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결국 이성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장관은 추가 협상을 위해 22일 재차 방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약 2시간 협상을 진행했다. 양측은 3500억 달러 패키지의 현금 비율, 자금 공급 기간 등 남은 쟁점을 집중적으로 논의했으며, 두 사람은 24일 새벽 귀국할 예정이다.
김 실장은 출국 전 취재진과 만나 “많은 쟁점에서 의견이 좁혀졌지만 한두 가지 핵심 쟁점이 남아 있다”며 “국익에 맞는 타결안을 만들기 위해 다시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