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가 도마 위에 오르며 국감장은 한동안 아수라장이 됐다. 오전부터 이어졌던 서울시정 관련 질의는 증인 명태균씨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급변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다음달 예정된 특검 대질신문을 이유로 답변을 아꼈다. 오 시장의 침묵으로 대면 공방은 벌어지지 않았으나, 명씨의 격앙된 고성을 통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명씨는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경선 후보였던 오 시장에게 미공표 여론조사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 시장은 이때 발생한 조사 비용을 후원자 김한정씨가 대납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국감장에서 명씨와 대면한 오 시장은 “오늘 사실관계에 대해선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다음달 8일 진행되는 특검 대질신문을 이유로 들며 “의원님은 점잖게 말씀하시지만 사실상 저의 정당한 수사를 막고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질의에도 오 시장은 “답변을 자제할 수밖에 없다”며 입을 닫았다.
반면 명씨는 이날 오후 1시50분쯤 국감장에 들어서기 전 기자들과 만나 “오세훈한테 빚 받으러 왔다. 청산을 안 해주면 오세훈이 거짓말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앞서 오전 국감에서 오 시장이 명씨를 가리켜 “거짓말에 능한 사람”이라고 평가한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인석에 선 명씨는 “교도소에 구속돼 있는 상황에서 오세훈이 저를 고발했다”며 “같이 일하면서 도왔는데 쫀쫀하게 고발을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황금폰 포렌식에서 오세훈과 관련된 내용이 다 나온다”며 “오세훈이 저를 두 번 만났다, 내쫓았다는 건 다 거짓말이다. 일곱 차례 만났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2020년 12월9일 서울 광진구 일대에서 김영선 전 의원의 소개로 오 시장을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오세훈이 2021년 1월8일 김 의원에게 ‘명태근 회장’을 소개시켜 달라고 문자를 보냈다”며 “일곱 번의 만남 중 ‘청국장집’을 제외한 여섯 번 모두 김 전 의원이 동석했다”고 말했다.
명씨는 ‘오 시장이 증인 앞에서 운 적이 있느냐’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운 적이 있다. (중식당) 송셰프에서도 울었다”고 답했다. 이어 “2021년 1월22일 장복터널을 지나고 있는데 오세훈이 울면서 전화를 걸어왔다. 당시 운전자는 김태열이었다. 오세훈은 ‘나경원이 이기는 것으로 여론조사가 나오는데,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이날 오 시장에게 “(여론조사 관련 반대급부로 약속한) 아파트를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같은 진술과 관련해 권칠승 민주당 의원이 “명씨와 일곱 차례 만난 게 맞느냐”고 묻자 오 시장은 “대질신문에서 밝히고 싶은 게 많다. 이 자리에서 제 밑천을 드러낼 이유가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에 명씨는 “본인도 지금 기소돼 재판받는 걸 알지 않느냐.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자기 입으로 실토하고 있다”며 고성을 질렀다.
신정훈 행안위 위원장은 수차례 자제를 요청했지만 명씨의 고성은 이어졌다. 질의를 맡은 민주당 의원들도 그의 거친 발언을 제지하지 못했다. 이에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시에 대한 국감은 시의 업무 내지는 국가 위임·예산 지원 사업과 관련돼야 하는데, 이와 무관한 명씨의 발언은 국감의 취지나 범위에 맞지 않는다”며 “재판·수사 중인 사람을 불러 (국감장을) 정쟁의 장으로 몰아가는 게 취지에 맞느냐”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