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물관리위원회(게관위)가 낡은 심사비 체계를 유지하며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영화보다 게임 심사비가 더 비싼 구조, 중복 심사 비용, 환불 부재 등으로 인해 '심사기관이 아니라 장사기관'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게관위가 창작자를 지원하기는커녕 심사비로 생태계를 옥죄고 있다”며 "게임을 심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사실상 '게임물장사위원회'가 됐다"고 말했다.
게관위는 PC·콘솔용 게임 한 개를 심사하는 데 324만 원(부가세 제외), 356만4000원(부가세 포함)을 받는다. 반면 제작비 5000억원 규모인 '아바타: 물의 길'이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낸 심사비는 228만 원이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수천억 원이 들어간 상업영화보다 방 한 칸에서 만든 인디게임이 더 많은 심사비를 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심사비는 기본료 36만 원에 이용형태 계수, 장르 계수, 한글화 여부 등을 적용해 늘어난다. 또 300MB 이하를 기준으로 한 20년 전 온라인게임 분류방식이 여전히 쓰이고 있다"며 "요즘 PC게임 중 300MB 이하가 얼마나 되느냐. 시대가 바뀌었는데 기준은 그대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게임 개발자 커뮤니티엔 '1000원짜리 게임을 올리려면 심사비 160만 원', '차라리 한글을 빼고 외국어로만 출시하겠다'는 글이 올라온다"며 "심사비 때문에 개발을 접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위원장이 말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약속은 어디로 갔느냐"고 질타했다.
정 의원은 "게관위는 플랫폼별로 등급을 다시 매기도록 하고 있어 PC에서 심사받은 게임도 콘솔에 출시하려면 다시 300만 원을 내야 한다. 심사 반려 시 환불은 없고 재심사 때 비용의 75%를 다시 내야 한다"며 "이게 심사기관인지 돈 걷는 기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아케이드 게임의 경우 기본 심사비 45만 원에 출장심사 비용이 추가된다"며 "부산에 있는 기관이 부산 업체를 심사하러 가면서도 50만 원을 더 받는다. 이미 일비·식비·교통비를 지급받는데 또 업체에 비용을 청구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게관위 폐지론까지 나온 이유는 위원회가 스스로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며 "게관위는 한 번도 낡은 구조를 근본적으로 고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게임 산업은 10대 취미가 아니라 20조 규모의 수출 산업이 됐다. 그런데 제도는 2000년대 초에 멈춰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