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건의료 위기경보 단계를 조정하면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큰 틀은 유지하되 일부 규정을 손질하기로 했다. 하루 비대면진료 가능 횟수를 전체 진료의 30%로 제한하는 방안이 포함되자 지역 의원과 약국은 사업이 대형 의료기관·약국 중심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의료대란으로 상향했던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무제한으로 운영해 온 비대면진료 시범사업도 일부 조정에 들어갔다. 복지부는 법제화 이전까지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의 큰 틀은 유지하되, 일부 규정만 변경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개편에서 △병원급 의료기관의 시범사업 참여 제한 △전체 진료 중 비대면진료 비율 30% 제한 등을 새로 적용한다. 이 중 지역 병·의원과 약국의 시선은 비대면진료 비율 제한 규정에 쏠렸다. 이 규정은 2주간 계도기간을 둔 뒤 오는 11월9일부터 현장에 적용된다.
이 규정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의료기관 기준을 어기고 사무실에서 스마트폰만으로 비대면 전문 의료기관을 운영하던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대면 진료 기록이 없는 의료기관과 약국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보건의료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지만,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의사와 약사들은 이 규제가 현장에 부정적인 파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역 유명 의원과 약국만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고착화되면 정부 취지와는 정반대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한 의사는 “비대면진료 전문 의료기관이 난립해 사회 문제가 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면서도 “이 규제가 대형 의원과 약국 중심의 생태계를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면 진료가 많은 곳일수록 비대면진료 기회도 커지는 구조라 환자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며 “이 흐름이 과연 정부가 바라는 비대면진료 정책 방향과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도 이러한 지적에 공감하며, 시범사업 기간 동안 규제 방향을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처럼 대면 진료 비율을 기준으로 제한하기보다 비대면진료 건수를 설정해 관리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진료 서비스 품질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정부의 규제가 필요한 건 맞다”면서도 “지금 방식은 방문 환자가 적은 지역 병원이나 약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달에 의료기관·약국별로 수용 가능한 비대면진료 건수를 정하는 등 보다 유연한 규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비대면진료 법제화 논의는 조만간 마무리될 전망이다. 오는 11월 열리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해 전체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