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확전 위기…중동 진출 제약바이오기업 ‘긴장’

이스라엘·이란 확전 위기…중동 진출 제약바이오기업 ‘긴장’

기사승인 2025-06-17 06:00:08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발사된 이란 미사일. EPA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이란 교전이 나흘째 지속되며 중동 지역 확전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중동에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는 제약바이오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는 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의약품 수출 감소는 물론 물류 운송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7일 외신과 업계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이란 충돌로 이란에서만 사망자가 200명이 넘었다. 이스라엘도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1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양측의 충돌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핵시설 등을 선제공격한 뒤 발표한 성명에서 “목표는 이란의 핵시설과 탄도미사일 공장, 군사시설을 타격하는 것이고 작전은 필요한 만큼 계속될 것”이라며 작전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제는 양측의 충돌이 국제 정세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제약바이오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관련 업계가 새 정부 출범 효과에 힘입어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중동 위기가 고조되면서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중동에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거나 수출할 예정인 기업들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중동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중동 국가가 높은 의료 수요와 소득 수준을 기반으로 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강점을 보이는 품목은 ‘메디컬 에스테틱’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어스튜트 애널리티카’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미용·성형 시장이 2023년 약 79억달러(한화 약 11조원)에서 2032년 약 188억달러(약 27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시장에 진출한 국산 메디컬 에스테틱 제품에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보툴렉스’ △메디톡스의 히알루론산(HA) 필러 ‘뉴라미스’ 등이 있다.

의약품 시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작년 중동 및 아프리카 제약 시장 규모는 약 308억달러(한화 약 42조원)로 집계됐다. 2030년에는 약 424억달러(약 58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미약품은 작년 말 사우디 현지 제약사 ‘타부크 제약’과 전문의약품 등을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에 수출하기 위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비뇨기·항암 분야 바이오 신약 등이 우선 진출 품목이다. HK이노엔도 타부크 제약과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중동에서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있다. GC녹십자의 계열사인 유전체 분석 및 진단 검사 전문 기업 GC지놈은 카타르 코리안메디컬센터(KMC)와 협력해 건강검진 서비스를 시작했다. KMC는 카타르뿐만 아니라 사우디, 쿠웨이트, UAE 등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국가의 VIP 의료관광객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이스라엘·이란 분쟁이 인근 지역으로 확전하는 양상으로 치닫는다면 업계의 신흥 제약시장(파머징 마켓)인 중동은 물류가 경색될 수 있다. 양국에 대한 수출 차질을 넘어 유럽, 아프리카와의 교역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뜻이다. 해상 물류의 핵심 항로인 수에즈 운하와 인근 항로의 리스크도 상승할 수 있다. 이란 남쪽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해주는 해협으로, 해당 해역을 우회할 수 있는 곳은 사우디와 UAE가 유일하다.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등은 운송 차질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이스라엘·이란 충돌로 인한 중동 정세를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이번 사안이 당장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직접적인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분쟁 장기화 시 주변국으로의 확산 가능성도 있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중동 지역 거래선을 재점검하고 있다”면서 “특히 원부자재 공급 루트나 현지 인허가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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