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 수급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매달 지출되는 지급액이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연금을 받는 노인 인구는 늘어난 반면 연금 보험료를 낼 생산인구가 줄면서 연금 급여 지출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머지않은 시점에 수지가 역전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보험료 인상 등 추가적인 재정 조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17일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 공표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한 달간 수급자들에게 지급된 연금 총액은 4조238억원이다. 1월 지급액인 3조9463억원에서 775억원 늘어났다.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후 4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연간 지급액도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 연간 급여 지출 규모는 매년 눈덩이처럼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지난 2012년 11조5508억원으로 처음 10조원대를 기록했고, 2018년에는 20조7527억원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이어 2022년 34조201억원, 지난해에는 43조7048억원에 달했다.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후 10조원 돌파까지는 24년이 걸렸는데, 20조원은 6년, 30조원은 4년, 40조원까진 2년이 걸렸다. 이후 1년만에 50조원 돌파를 앞둔 것이다.
문제는 경제활동을 통해 보험료를 납부할 가입자는 감소하는데, 수령액을 타가는 수급자는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수급자는 737만2039명으로 전년 대비 약 55만명 증가했다. 반면 보험료를 내고 있는 가입자는 2022년 2250만명에서 2023년 2238만명, 2024년 2198만명으로 감소하고 있다. 올해는 6만7000여명이 더 줄었다.
머지않은 시점엔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만으로는 급여 지출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국민연금 중기재정 전망(2024~2028)’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 보험료 수입은 64조3535억원, 연금급여 지출액은 67조671억원으로 예상된다. 나가는 돈이 들어오는 돈보다 3조2536억원 많아진다는 추계다. 2028년 예상 급여 지출액은 73조5654억원으로, 보험료 수입인 65조3639억원보다 무려 8조2015억원 많다.
국민연금법 개정에 따라 내년 1월부터 보험료율(내는 돈)이 0.5%p씩 단계적으로 올라 8년 뒤 13%로 상향되면, 보험료 수입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40%까지 낮추려던 소득대체율(받는 돈)도 43%로 상향 조정되면서 급여 지출도 빠르게 늘면서 머지않은 시점에 수지가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내놓은 ‘2025년 국민연금법 개정의 재정 및 정책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재정수지 적자 시점은 2048년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지난 3월 국민연금법 개정에 이어 재정 안정화를 위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8년간 보험료율 단계적 인상과 더불어 향후 재정 추계 결과에 따라 보험료율을 추가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모색할지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료율 인상 보다는 정부 지원을 통해 가입자 규모를 늘리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에 보험료율을 13%로 늘렸기 때문에 당분간은 심리적 저항이 클 것”이라면서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를 비롯해 일자리 활성화 등을 통해 가입자를 늘리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