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도심 녹지를 단순 조경용 공간이 아닌, 시민 삶에 밀착된 여가·휴식처로 전환하는 데 본격 착수했다. 자연휴양림 ‘수락 휴(休)’ 개장과 함께 생활권 녹지 확대를 중심으로 녹지 정책의 질적 전환에 나선 것이다.
기존 공원녹지기본계획은 지역 간 녹지대 불균형 해소를 목표로 공원 등 녹지 공간의 양적 확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질적 활용 방안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해 수립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기반해 공원녹지기본계획을 전면 개편했다. 지난 2월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한 새 계획은 녹지의 확충·관리·이용 방향을 종합적으로 제시하며, 고밀 개발 지역에도 시민 체감도가 높은 녹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개방형 녹지 제도’ 등을 반영했다.
정책 변화의 상징적 사례가 오는 17일 서울 노원구에 문을 여는 ‘수락 휴(休)’다. 서울시 최초의 자연휴양림인 수락 휴는 기존의 외곽형 휴양림과 달리 도심 내에 조성된 공간이다. 일상 가까이에서 자연을 통한 치유와 휴식을 누릴 수 있도록 기획됐다. 전국 약 200곳의 자연휴양림 중에서도 도심형은 드문 사례로, 호텔급 편의시설을 갖추고 도심 녹지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녹지 확대나 관리 차원을 넘어, 기존 수목을 시민 여가 복지 향상을 위한 자원으로 전환한 시도라는 데 의미가 있다. 서울시는 2018년부터 약 231억원(국비 43억원, 시비 33억원, 구비 110억원, 특별교부금·세 45억원)을 투입해 수락 휴 조성을 추진해왔다. 아울러 관악구에도 자연휴양림 조성이 본격화된다.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서울광장도 여가 중심 공간으로 재편되고 있다. 시는 기존의 행사 위주로 운영되던 서울광장에 수목을 배치해 정원화한 데 이어, 올 하반기부터는 ‘서울광장숲’ 조성에 들어간다. 매년 약 331.92톤의 탄소 저감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수목과 휴게 공간을 확대해 시민 체류형 공간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정원도시 구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5월까지 정원 790곳을 조성했으며, 시민 주거지 인근에 일상형 녹지를 촘촘히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올해 봄, 공원 내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 개수가 도심 평균 대비 43.1% 수준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녹지의 환경적 효과를 뒷받침했다.
한편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녹지 통계에 따르면, 시가 관리하는 녹지시설은 2023년 기준 8516곳으로, 총면적은 약 1633만 제곱미터에 달했다. 이는 2015년 공원녹지기본계획이 처음 수립됐을 당시(6938곳)보다 1578곳 늘어난 수치이다. 면적도 약 166만 제곱미터 증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개방형 녹지 제도 발표 당시 “누구든지 지나가다 쉬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만큼 시민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활력을 줄 수 있는 도심 속 녹지 공간 조성에 힘쓰겠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