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교제폭력으로 죽은 여성은 3명. 신고했지만 경찰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다. 피해자가 원치 않고, 가해자가 반성하고 있으며, 스토킹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주된 배경이다. 현재 법률과 사회통념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을 막아주지 못한다. 사건 되풀이를 막기 위한 논의가 국회에서 열렸다.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조국혁신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교제폭력 처벌법 통과 촉구를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를 주관한 정춘생 의원은 “교제폭력은 현행법상 근거가 미비해 가정폭력·스토킹 범죄에 준하는 처벌을 내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교제폭력 범죄 특성을 고려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교제폭력 관련 발의 법률안 9개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교제폭력은 교제 관계서 통제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신체적, 정서적, 성적, 경제적 등 폭력이다. 경찰청 ‘2024년 사회적 약자 보호 주요 활동’에 따르면, 살인 및 살인미수 사건에서 여성 피해자는 333명이다. 108명(32.4%)이 사건 전 폭력을 경험했는데, 32%가량이 교제폭력이었다. 최근까지도 전국에서 잇따라 교제살인 및 미수가 일어났다.
참석자들은 교제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로 미흡한 현장 대응력을 꼽았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피해자 대부분이 주거지에서 사망하고 있다”며 “신변 보호 조치가 완전하지 못하다는 걸 방증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제폭력이 반의사불벌죄로 적용되거나 쌍방폭행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며 “친밀한 관계에서 피해자를 통제하며 발생한 범죄라는 걸 수사기관이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지난 5월 동탄 살인 사건을 언급하며 “피해자 김은진씨는 경찰이 돌아간 후 2분 만에 다시 폭행당했다”며 “현재 법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지 못해 실효성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스마트워치 같은 경우도 경찰이 곧바로 출동할 수 없다는 점에서 효력이 거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교제폭력 및 살인을 막기 위해 우선 가정폭력처벌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선혜 사무처장은 “가정폭력처벌법 자체가 사회 통념에 편승해 온 실패한 법”이라며 “기존 법은 그대로 놔두고 새로운 법을 만든다고 해서 여성 폭력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허민숙 조사관 역시 “‘통합적으로 접근하겠다’고 해놓고 각계 법률을 만드는 건 일차원적 대책”이라며 “장기적으론 성평등을 이뤄야 여성 대상 범죄가 줄 것”이라고 했다.
경찰 현장 대응력 강화도 주요 해법으로 언급됐다. 최 사무처장은 “경찰은 피해자가 처음으로 만나는 공권력인데 경찰에게 2차 피해를 보기도 한다”며 “여성 폭력을 사소하게 생각하는 인식을 바꾸고 관련 역량을 키울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허 조사관은 “현행범 체포 요건을 완화해 처벌 적용을 폭력 발생 시점부터 24시간 이내로 두는 것도 방법”이라며 “위치추적장치(GPS)를 가해자에게 달면 피해자가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경찰이 낸 매뉴얼은 피해자 관련 데이터를 파악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와 신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지난 11일과 25일 잇따라 교제폭력 대응 종합 매뉴얼을 발표했다.
그밖에 △쉼터 이상의 피해자 일상 회복 방안 △폭력 발생 시 의무체포 △피해자 보호 강화한 피해자보호명령 제도 포함 △불송치 및 불기소 시 임시조치 효력 유지 등 조치가 제안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