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프코어의 실용성, 프레피의 단정함, 미니멀의 절제. 휠라의 25FW 시즌에서는 세 가지 키워드를 확인할 수 있다. 스웨이드와 니트로 질감을 조율하고, 톤다운된 팔레트로 컬러감을 통일하며 브랜드가 추구하는 균형을 드러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휠라는 25FW 시즌 캠페인 ‘1911&Every day since’를 선보였다. 이번 시즌은 스포츠웨어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간절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휠라가 내세운 아이템들은 크게 고프코어·프레피·미니멀 세 가지 무드로 분류할 수 있으며, 특히 이번 컬렉션에서는 컬러감 조정과 소재 선택이 핵심 전략으로 작동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은 스니커즈 ‘에샤페’다. 1995년 트레일 러닝화 ‘Terrain Crusher’를 현대적으로 변형한 모델로, 고프코어(Gorpcore) 트렌드와 연관성이 짙다. 기본적인 스포티 라인을 유지하면서도 FW 시즌에는 스웨이드 소재를 적용해 질감을 강화했고, 컬러 팔레트를 확장해 계절감을 담아냈다.
새롭게 추가된 다섯 가지 색상은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톤다운된 계열이다. 이런 컬러감은 최근 트렌드인 어스톤(Earth tone) 확산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모카와 초코는 안정적인 베이스 톤으로, 카멜과 브릭은 포인트 컬러로 활용 가능하다. 올리브는 아웃도어 감성을 대표하는 색으로, 도시와 자연을 동시에 아우르는 고프코어 콘셉트에 적합하다.
또한 측면 로고를 제거하고 아웃솔에 F 로고를 형상화한 디테일은 불필요한 장식을 줄이는 동시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은근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읽힌다. 고프코어 특유의 실용성과 맞물리고, 일상과 아웃도어 사이의 균형을 의도했다고 해석된다.

이번 시즌의 메인 아이템 중 하나인 ‘1911 니트 트랙 집업’은 프레피룩과 연결된다. 소매에 적용된 7-스트라이프 디테일은 전통적인 배색 라인의 질서를 연상시킨다. 가슴의 톤온톤 F 박스 로고는 절제된 방식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낸다. 여유 있는 실루엣과 세미 크롭 기장은 현재 유행하는 비율에 맞춰 조정됐고, 부드럽고 신축성 있는 니트라이크 소재는 착용감을 보완한다.
프레피룩은 원래 단정함과 규범을 강조하는 스타일로, 캠퍼스 라이프와 연관된 미학을 지니고 있다. 휠라의 트랙 집업은 이 전통을 그대로 복각하지 않고, 간결한 디테일과 절제된 로고 사용을 통해 현대적인 변형을 시도했다. 통기성이 좋은 소재는 여름과 가을 사이 계절적 공백기에 실용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며, 이는 단순한 디자인 요소를 넘어 시장 대응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컬러 측면에서도 프레피 무드와 연결된다. 에샤페 스니커즈의 카멜·브릭 계열은 전통적인 체크 패턴이나 니트와 매칭하기 용이하고, 올리브·모카·초코 계열은 안정적이고 절제된 조합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색 구성은 단정함과 개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프레피적 접근과 일치한다.
세 번째 무드는 미니멀리즘이다. 이번 시즌 전반에서 확인되는 흐름은 불필요한 디테일의 제거와 절제된 로고 사용이다. 스니커즈 측면 로고를 삭제한 점, 집업의 톤온톤 로고 처리 등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장식을 줄인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강조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눈에 띄는 로고 중심에서 벗어나, 디테일을 최소화하면서 제품 자체의 활용도와 착용 편의성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미니멀한 접근은 간절기 시장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다양한 기후 조건 속에서 일상적으로 착용할 수 있는 옷차림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절제된 디자인은 소비자에게 부담을 줄이고 매치 범위를 넓힌다.
휠라 25FW 시즌은 단일한 콘셉트에 집중하기보다는, 고프코어·프레피·미니멀이라는 세 가지 무드를 혼합해 간절기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각 무드가 따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공통적으로 컬러감 조정과 소재 선택에 신경을 기울였다는 점이 관찰된다. 스웨이드, 니트라이크 등 계절성을 반영한 소재는 착용감을 높이고, 톤다운된 팔레트는 FW 시즌 분위기와 맞물린다.
결과적으로 이번 시즌은 휠라가 스포츠 헤리티지를 유지하면서도 패션 트렌드와의 접점을 다층적으로 모색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고프코어를 통해 아웃도어 기원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고, 프레피룩을 차용해 단정함과 절제를 제시하며, 미니멀 무드로 실용성과 활용도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는 브랜드의 장기적 방향성을 단정하기보다는, 당장의 시장 요구와 트렌드에 맞춘 다각적인 접근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