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동해시에 따르면 벼 피해 면적은 도복 5ha, 수발아 30ha, 깨씨무늬병 7ha 등 총 40여ha로 추정된다. 피해는 망상동과 삼화동 등 평야지대를 중심으로 집중됐으며, 긴 강우로 벼가 쓰러져 물에 잠기거나 이삭이 발아해 품질 저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망상동에서 벼농사를 짓는 A씨(68)는 "여름엔 비가 안 와서 논바닥이 갈라지더니, 이번엔 장마가 너무 길어 벼가 전부 물에 잠겼다"며 "벼가 다 누워버려 기계가 들어갈 수도 없고, 이삭엔 싹이 나서 손으로 만져보면 이미 끈적끈적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 해 농사 다 지어놓고도 제대로 걷지를 못하니 허탈하다"며 "수매도 어렵고, 동네 사람들도 다들 '올해 농사는 끝났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벼뿐 아니라 들깨·가을배추 등 밭작물 피해도 늘고 있다. 배수가 잘되지 않은 밭에서는 배추가 썩거나 잎이 누렇게 변했고, 들깨는 낙엽이 일찍 떨어지며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북평동의 한 농민은 "비가 멈춘 날이 하루도 없었다"며 “배추밭은 완전히 잠겨 잎이 누렇게 변하고, 뿌리까지 썩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맘때면 마늘도 심었어야 했는데 밭에 들어가지도 못했다"며 "배추는 다 버리고 마늘도 못 심으니 한 해 농사 자체가 끊긴 셈"이라고 덧붙였다.
동해시는 농림축산식품부 결정에 따라 벼 깨씨무늬병 피해 접수를 시작했으며, 조사와 집계를 진행 중이다. 농업재해보험 가입 농가는 지역농협을 통해 보상 절차를 밟을 수 있고, 미가입 농가에 대해서는 별도 지원 계획이 없다.
시는 올해 사례를 바탕으로 내년 농사부터 도복에 강한 품종 보급, 가을철 조기 수확 유도, 질소질 비료 사용 절감, 사전 병해충 방제 등 재해 예방 중심의 영농지도를 강화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긴 장마는 특정 요인을 넘어 모든 작물에 영향을 미쳤다"며 "정부와 강원특별자치도 대책에 맞춰 시도 대응을 강화하고, 농가 교육과 사전 예방지도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