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한 번씩 28일만 먹으면 평균 9.9%, 최대 13.8% 체중 감량이 가능한 비만 치료제가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동제약그룹이 개발 중인 먹는 비만 치료제가 초기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특히 부작용이 적은 데다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하는 경쟁 약보다 높은 효과를 확인하면서 상용화 가능성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1일 일동제약에 따르면 먹는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ID110521156’의 임상 1상시험에서 4주(28일)간 1일 1회 고용량(200㎎) 투여 환자의 체중 감량률이 평균 9.9%로 나타났다. 최대 감량률은 13.8%를 기록했다.
ID110521156은 GLP-1 RA(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이다. 체내에서 인슐린의 합성과 분비, 혈당 수치 감소, 위장관 운동 조절, 식욕 억제 등에 관여하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GLP-1은 음식을 섭취했을 때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 조절에 중요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식욕 억제를 돕는다.
임상 1상 반복 투여 시험은 건강한 성인 36명을 대상으로 50㎎·100㎎·200㎎ 세 그룹으로 나눠 하루 한 번, 4주간 투여했다. 그 결과 50㎎ 투여군은 평균 5.5%, 100㎎ 투여군은 6.9%, 200㎎ 투여군은 평균 9.9%, 최대 13.8% 체중 감소 효능이 나타났다. 특히 200㎎ 투여군의 87.5%가 5% 이상 체중을 줄여 위약군(0%)과 차이가 뚜렷했다. 허리둘레도 최대 6.9㎝, 체지방량은 15% 이상 감소했다. 근육량 등 제지방량은 오히려 1.7% 소폭 늘어났다. 혈당 수치도 떨어졌다. 간 독성이나 위장관계 부작용도 경미한 수준이었다.
이는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하는 경쟁 약보다 높은 효과다. 경구용 비만약 선두 주자로 꼽히는 일라이 릴리의 ‘오포글리프론’은 최근 임상 3상을 마쳤다. 오포글리프론은 4주차 기준으로, 임상 1상 다회증량시험 결과 중·고용량군에서 체중이 평균 5.7~6.4%(4.8~5.4kg)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의 경구용 비만치료제 ‘CT-996’는 지난해 임상1상에서 치료 4주차에 6.1% 체중 감소율을 보였다.
특히 주사제가 아닌 먹는 형태의 경구용 치료제라는 점에서 환자의 복약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기존 위고비나 마운자로처럼 주 1회 주사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펩타이드가 아닌 소분자 화학 물질로 구성돼 생산도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재준 일동제약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유노비아 대표(CEO)는 “먹는 제형임에도 불구하고 체내 흡수와 혈중 농도 유지가 잘되면서 약물 축적성이 없는 물질 특성을 갖고 있다”면서 “합성 등 제조 공정에 있어 효율적이고, 생산 단가도 월등히 낮아 상업화에 매우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일동제약그룹은 내년 글로벌 임상 2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논의 중인 글로벌 기술수출 등 상용화 관련 파트너링 활동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해외 시장을 함께 공략하기 위해 2상은 글로벌 임상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GLP-1 계열 약물이 노화와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비만 치료 외에도 다른 적응증 확장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