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 이상 갚지 못한 5000만원 이하 채무를 조정 또는 탕감하기 위한 ‘새도약기금’이 공식 출범했다. 새도약기금은 이달부터 연체채권 매입을 시작해 1년간 채권을 일괄 인수할 예정이다. 매입 규모는 총 16조4000억원이며, 수혜 인원은 약 113만명으로 추산된다.
금융위원회는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새도약기금 출범식을 열었다. 출범식에는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정정훈 캠코 사장, 양혁승 새도약기금 대표이사를 비롯한 협약기관장 등이 참석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코로나19 취약계층·소상공인의 부채 부담이 크게 확대됐고 민생회복 지연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특단의 채무조정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새도약기금은 단순히 채무를 덜어주는 제도를 넘어 장기간 빚의 굴레에 갇혀 있던 분들이 다시 경제 활동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도약의 장치”라고 밝혔다.
새도약기금은 이재명 정부 배드뱅크의 명칭이다. 대통령 공약사항에 따라 추진되는 것으로 캠코가 출자하는 상법상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된다. 총 16조4000억원 규모의 채무를 기금이 매입해 소각하거나 대폭 조정한다. 재원은 정부 재정 4000억원과 금융권의 공동 출연금 4400억원 등 총 8400억원 규모로 마련된다.
대상은 5000만원 이하, 7년 이상 장기 연체자 가운데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이들이다. 채권 소각 대상은 상환 능력을 전부 상실해 개인 파산에 준하는 경우다. 중위소득 60% 이하(2026년 기준 1인 가구 기준 월 소득 154만원 이하)이고, 생계형 재산을 제외한 회수 가능 재산이 없는 이들로 한정했다. 채권이 매입되는 즉시 모든 추심 활동은 중단된다.
빚 일부를 갚을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원금의 최대 80%까지 감면하고, 남은 금액은 10년 이상 장기 분할 상환으로 조정한다. 이자는 전액 감면된다.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중증장애인연금 수급자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상환능력 심사없이 올해 중 우선 소각을 추진한다.

새도약기금이 협약에 참여하는 금융회사로부터 대상 채권을 일괄적으로 매입하기 때문에 채무자가 별도로 채무조정을 신청할 필요는 없다. 채무자는 금융회사가 새도약기금에 채권을 매각하는 시기와 새도약기금이 상환능력 심사를 완료한 때에 개별 통지를 받는다. 국민들은 새도약기금의 채권 매입 이후부터 새도약기금 홈페이지에서 본인 채무 매입 여부 및 상환능력 심사결과, 채권 소각 여부 등을 조회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사행성·유흥업 관련 채권, 외국인 채권은 제외된다.
금융위는 형평성 제고를 위한 지원방안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5년 이상 연체자에 대해서는 새도약기금과 동일한 수준의 특별 채무조정(원금 감면 최대 80%, 분할상환 최대 10년)을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3년간 지원한다. 7년 이상 연체하고 채무조정을 이행 중인 분들에 대해서는 은행권 신용대출 수준의 저리 대출을 총 5000억원 규모로 3년간 지원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은행권 신용대출 수준인 연 3~4%의 저금리로 1인당 최대 15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아울러 금융위는 취약계층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근본적 해결을 위해 고용·복지 종합재기 지원 노력을 병행한다. 장기 연체자 발생이 근본적으로 억제될 수 있도록 소멸시효 제도 정비 및 자체 채무조정 활성화가 포함된 종합 개선방안을 올해 4분기 중 발표할 계획이다.
도덕적 해이 우려에 대해서 이 위원장은 “철저한 상환능력 심사로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재산을 은닉하는 경우를 막고자 ‘은닉재산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부정 감면 적발 시 지원을 무효화하고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하는 등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그간 이견을 보이던 금융권의 민간 기여금 분담률도 확정됐다. 금융권은 총 4400억원을 기여할 예정이다. 은행이 3600억원으로 80%가량을 부담하고 △여신금융협회 300억원 △생명보험협회 200억원 △손해보험협회 200억원 △저축은행중앙회 100억원을 내기로 했다. 각 금융회사는 이사회 등 내부 절차를 거친 후, 새도약기금이 본격적으로 연체채권 매입을 시작하는 시점에 맞춰 기여금을 납입할 예정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는 분담금 산정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