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중계 확산…투명성 높이되 인권 보호는 과제

재판 중계 확산…투명성 높이되 인권 보호는 과제

김건희·윤석열 등 특검 재판 영상 공개 잇따라
전문가 “알 권리 보장되지만 보호 기준 마련 필요”

기사승인 2025-10-02 06:00:12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씨가 지난 9월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주요 특검 재판을 중심으로 법정 영상 중계가 잇따라 허용되면서, 공개 재판 기조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사법 투명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증인 신변 보호나 피고인 방어권 제약 등 부작용 가능성을 최소화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전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 대한 중계방송 허가를 법원에 신청했다. 내란 사건에서 재판 중계가 신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은 앞서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특수공무집행 방해 사건 첫 공판에서도 중계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영상이 공개됐다.

법원은 최근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에 한해 제한적으로 중계를 허용해왔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 사건 첫 공판과 윤 전 대통령의 추가 기소 공판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첫 재판 역시 영상 중계가 이뤄지며 ‘공개 재판’이 점차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제도적 근거도 갖췄다. 지난달 26일 공포된 ‘3대 특검법’ 개정안에는 특검이나 피고인이 신청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판 중계를 허가하도록 하는 조항이 담겼다. 기존에 법원 재량에 맡겼던 범위를 넘어 법률 차원에서 ‘의무적 공개 절차’가 도입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재판 중계 확대가 국민 신뢰를 높이고 사법 불신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국민이 직접 공판 과정을 확인함으로써 판결의 정당성을 이해하고, 권력형 사건의 처리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9월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재판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다만 보완 과제도 만만치 않다. 증인신문 단계에서 신원이 노출되면 사생활 침해나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과거 조영남씨 그림 판매 사기 사건, ‘신당역 살인사건’ 피고인 전주환 재판 등에서 피해자·참고인의 안전이 위협받은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또 카메라 앞에서의 발언이 여론에 과도하게 영향을 미칠 경우 피고인 측 방어권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공개된 영상만으로 대중이 일방적 판단을 내리면 방어권이 제약될 수 있다”며 “투명성 확보라는 취지를 살리되 개인정보 보호와 공정한 재판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헌법 전문가 역시 명확한 기준 마련을 강조한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 공개는 시대적 요구이자 사법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다만 무분별한 중계로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부 기준과 절차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재판부의 중요한 책무”라고 지적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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