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암환자 늘어나는데…신약 ‘병용요법’ 급여 공백

고령 암환자 늘어나는데…신약 ‘병용요법’ 급여 공백

허가 항암제 70% 병용요법 형태로 개발
병용요법, 기존 항암제 한계 극복하고 완치 가능성 높여
“중증질환 정책, 환자 중심으로 유연하게 추진해야”

기사승인 2025-10-22 06:00:28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고령 암환자 수가 증가하는 가운데 ‘병용요법’이 항암 치료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국내 건강보험 급여체계가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항암 치료의 임상 현실과 급여 체계 간 괴리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허가된 신약 항암제의 약 70%가 병용요법 형태로 개발될 만큼 암 치료 패러다임이 단일제 중심에서 병용제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2013~2021년 미국 항암제 임상 허가 현황을 보면 최근 개발된 항암제 10개 중 7개가 병용요법 형태로 개발됐다. 병용요법이란 두 개 이상의 항암 치료제를 함께 투여해 기존 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완치 가능성까지 높인 치료요법을 말한다.

국내에 들어온 항암제들도 병용요법이 대세다. 대표적인 항암제+신약 병용요법의 경우 △담도암 치료에서 ‘항암화학요법(젬시타빈+시스플라틴)과 더발루맙(제품명 임핀지, 아스트라제네카)’ 병용요법 △HER2(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 양성 전이성 위암 치료에서 ‘트라스투주맙 및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과 펨브롤리주맙(키트루다, MSD)’ 병용요법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항암화학요법과 아미반타맙(리브리반트, 존슨앤드존슨)’ 병용요법 등이 있다.

정부도 항암제 병용요법 확대 흐름에 따라 지난 6월부터 54개 항암제 병용요법 중 35건에 대해 부분급여를 적용했다. 항암제 병용요법 부분급여 정책은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항암제에 비급여 항암제를 추가해 사용하더라도 기존 급여 항암제는 그대로 건강보험 급여가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대표적 사례로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요법인 ‘타그리소·페메트렉시드 및 백금 기반 항암화학’ 병용요법이 있다.

그러나 정부 고시 변경에도 표준치료요법에만 부분급여가 적용될 뿐 대부분의 면역항암 신약에는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어 환자의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크다. 비급여 상태로 환자의 치료비 부담이 커 의료진도 선뜻 치료법을 제안하기 어렵다.

항암제 병용요법 급여 확대 고시에는 ‘기존 항암제+신약’ 병용요법만 포함돼 있을 뿐 ‘신약+신약’ 병용요법에 대해선 공백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도입된 항암제 병용요법은 총 71건으로 이 중 ‘신약 간 병용요법’은 21건(30%)이었다. 특히 제약사가 다른 신약 간 병용요법 중 건강보험 급여가 등재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의원은 지난 17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항암제 병용요법이 기존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며 환자 생존율을 높이고 있는 만큼, 정부는 이러한 혁신 기술을 신속히 제도에 반영하고 중증질환 정책을 환자 중심으로 유연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암 환자가 급증하는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해 병용요법 급여 심사와 약가 결정 과정에 노년층 치료 접근성을 우선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병용요법의 급여 인정 기간 연장 필요성도 제기된다. 국내 간암 1차 치료로 사용 중인 ‘티센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경우 급여 인정 기간이 최대 1년(임상 근거 발표 시 2년까지 연장)으로 제한돼 있어 장기 반응 환자의 치료 접근성 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영은 차의과대 소화기내과 교수(대한간학회 보험위원회 위원)는 20일 ‘간(肝)의 날 기념식 및 토론회’에서 “면역항암치료제에 반응을 보이는 환자에게 치료 중단을 강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병용요법에 대한) 실제 근거 기반의 탄력적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면서 “간암 치료는 다층적 접근이 필요한 영역이며, 임상가의 판단과 다학제 논의가 정책과 급여 기준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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