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다 쓰고 인력도 빠듯…‘1348억 과징금’ SKT 불복 가능성에 개인정보위 속앓이

예산 다 쓰고 인력도 빠듯…‘1348억 과징금’ SKT 불복 가능성에 개인정보위 속앓이

기사승인 2025-10-23 06:00:20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2025년 제22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모두말씀을 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공

지난 1월 구글·메터를 상대로 1000억원대 과징금 취소 소송 1심에서 승소하며 ‘골리앗을 이긴 다윗’으로 주목받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또 한 번 거대 기업과의 법정 공방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싸울 ‘총알’이 없다. SK텔레콤에 부과한 역대 최대 과징금에 대한 불복 소송이 임박했지만, 개인정보위는 소송 예산을 이미 소진해 예비비를 검토해야 하는 처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위는 최근 개인정보 보호 법규를 위반한 SK텔레콤에 대해 과징금 1347억9100만원과 과태료 960만원을 부과했다. 이는 개인정보위 출범 이후 역대 최대 과징금이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은 쿠키뉴스에 “조사 및 의결 과정에서 당사 조치 사항과 입장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결과에 반영되지 않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행정소송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의결서 수령 후에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입장을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신 업계에선 SK텔레콤이 개인정보위의 과징금 부과 의결서를 받는 즉시 행정소송에 착수할 것으로 본다.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에게 “SK텔레콤이 개인정보위의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려 한다”며 “정부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개인정보위는 의결서 작성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곧 송부할 예정이다. 현행법상 기업은 의결서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문제는 ‘집행력’이다. 개인정보위는 이미 올해 소송 관련 예산 4억2,000만원을 모두 사용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개인정보위의 소송 예산은 2021년 7500만원에서 4년 만에 다섯 배 이상 늘었지만, 현재 17건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취소 소송을 처리 중이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올해 소송 관련 예산은 소진한 상태라 내부적으로 예산 목적을 바꿔서 사용하거나 기획재정부에 예비비를 요청해 받아야 한다”라며 “예비비는 신청 후 바로 나오지 않기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력 사정도 빠듯하다. 개인정보위의 소송 관련 전담 공무원은 변호사 출신의 서기관 1명뿐이다. 변호사 출신의 기간제 전문연구원 2명과 법무부에서 파견된 공익법무관 1명은 모두 1년 단위 계약이다. 최근 3년간 조사 인력도 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달 취임한 송경희 위원장의 최대 과제 중 하나로 예산·인력 확충이 꼽힌다.

송 위원장은 “최근 3년간 조사 인력이 전혀 늘지 않았고 한 30여명이 가지고 분투를 하고 있는 중”이라며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인 것이 맞기에 기관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노력을 안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jwj3937@kukinews.com
정우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