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지털교과서 ‘교육자료’ 격하 석 달…현장 혼선은 ‘여전’

AI 디지털교과서 ‘교육자료’ 격하 석 달…현장 혼선은 ‘여전’

단계적 도입 목표와 달리 제도적 기반 미흡
인프라 불균형·교사 역량 지원 부족도 발목

기사승인 2025-10-23 06:00:21 업데이트 2025-10-23 11:07:28
AI 디지털교과서 상설전시회 모습. 연합뉴스

AI 디지털교과서가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격하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학교 현장의 혼란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책 추진 속도에 비해 제도적 불확실성과 인프라 격차, 교사 피로감이 맞물리며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 개별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준별 피드백을 제공하는 차세대 학습 플랫폼으로, 교육부가 ‘맞춤형 학습 혁신’의 핵심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지난 8월 국회 본회의에서 법적 지위가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변경되면서 연내 전면 도입 계획은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1학기에는 교과서로 쓰이다가 2학기부터 교육자료로 전환되면서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희망 학교는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자율적으로 계속 활용할 수 있고, 구독료도 교육청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털 기반 서비스를 통한 접근성과 콜센터 운영 등 후속 지원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적 지위 격하, 교사의 행정력 낭비로 

현장 교사들은 제도 변화의 여파를 직접 체감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들 사이에선 “정책만 바뀌고 현장은 그대로 남았다”고 토로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박모씨(여·30대)는 “1학기에는 AI 디지털교과서를 쓴다고 해서 학생과 학부모 회원 가입을 시키고 시스템을 다 구축했는데, 갑자기 ‘교육자료’로 바뀌면서 그동안의 행정 업무가 다 무의미해졌다”고 말했다. 박씨는 “학교 현장에서 ‘교과서’라는 지위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라며 “교과서일 때는 검정을 거쳐 정식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학교 재량으로 구입해야 해 현실적 제약이 크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외에 교사 연수와 기술 지원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학교마다 기기 보급률과 네트워크 환경이 제각각이라 수업의 질이 달라지고, 교사 대상 연수는 여전히 형식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학생 데이터화 위험…교육 본질 훼손될 수도”

이를 두고 교육 전문가는 기술 중심의 정책 추진이 교육의 철학적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면서 AI 교과서의 기능이 학생을 데이터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경우 교육의 본질이 왜곡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선형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AI의 필요성은 부정할 수 없지만, 교사의 전문성은 학생과의 면대면 상호작용 속에서 발휘되는 것”이라며 “AI 교과서가 모든 학습 과정을 숫자로 환원해 학생을 데이터로만 바라보게 된다면 교육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교육만큼은 물질로 환원될 수 없는 영역이기에 인간적 성장과 관계의 교육이 함께 가야 한다”며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채 탑다운(하향식) 방식으로 추진되는 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라고 짚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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