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은퇴작으로 오해받을 만큼 매 작품 파격 변신을 꾀하는 배우 안재홍이 영화 ‘하이파이브’ 속 초능력자 지성으로 돌아왔다. 영 볼품은 없다. 돌풍만큼 센 입김이 초능력인 탓이다. 심지어 지질한 구석이 있다. 그럼에도 밉지가 않다. 캐릭터의 매력도 한몫하지만, 이를 구현한 배우의 공이 혁혁하다. 지난달 29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컴플렉스 덩어리에 사회성이 결여된 외톨이지만 사랑스럽게 그리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하이파이브’는 장기이식으로 우연히 각기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이 그들의 능력을 탐하는 자들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코믹 액션 활극이다. 주연 유아인이 마약 논란에 휘말리면서 개봉이 밀렸고, 계획보다 4년여 늦게 관객을 만나게 됐다. 개봉 소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안재홍은 “오히려 조급하지 않았던 것 같다. 기대를 더 많이 갖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초능력물은 저도 처음 해보는 거라서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했다”며 “개봉을 기다리면서 좋은 마음만 품고 있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스크린으로 마주한 작품은 “귀했다”. 안재홍의 표현이다. “너무 세련되고 따끈따끈하더라고요. 강형철 감독님이 대단하시다고 생각했어요. 작품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끝까지 밀고 나가셨구나’를 느끼면서 봤어요. 존경스러운 마음까지 들었죠. 이렇게 재밌고 끝내주는 작품에 출연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뿌듯했어요. 이렇게 귀한 작품이 많은 분께 큰 사랑을 받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안재홍이 연기한 지성은 작가 지망생이지만, 사실상 백수다. 온라인에서는 악플러로 활동한다. 폐를 이식받은 뒤 능력을 자각해 팀 하이파이브 멤버를 모으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너무 어둡게만 비치지 않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며 “‘하이파이브’는 완전히 대중적인 오락 영화니까 사실적이지만 적당한 톤업을 해서 재밌게 즐겨주시길 바랐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지성은 전개 내내 웃음의 중심축으로 작용하는 캐릭터다. 특히 인공호흡을 빌린 지성과 기동(유아인)의 키스신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관련 질문이 나오자 “인공호흡 장면”이라고 단호하게 말한 안재홍은 “지성이가 대놓고 이기적인데, 처음으로 이타심을 갖게 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본이 충실했고, 한 테이크만에 갔다. 따로 연습하진 않았고 인물의 감정에 집중해서 빠르게 진행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안재홍은 ‘하이파이브’를 통해 자신의 인생작 중 하나인 ‘응답하라 1988’에서 모자로 호흡했던 라미란과 재회했다. 약 10년 만이다. 이 가운데 라미란은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와 로맨스로 다시 만나고 싶다고 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안재홍은 “계속 호흡을 맞추면 좋겠다. 어떤 작품에 들어가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고유한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함께하고 싶지만 어떤 장르를 콕 짚어서 말할 수 없을 거 같다”고 명확한 답변을 피해 웃음을 자아냈다.
강형철 감독과의 오랜 인연을 공개하며, 강 감독을 향한 깊은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왜 ‘하이파이브’가 높은 완성도로 호평을 얻고 있는지 짐작 가는 대목이다. “20대 중반에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제 주연작이 상을 받았는데, 그때 심사위원이 강형철 감독님이었어요. 그때 ‘써니’가 개봉했었고, 매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던 중이었어요. 저한테 감독님이 얼마나 멋있어 보였겠어요. 근데 그때 이후로 감독님이 영화제나 행사에 가면 항상 저를 부르셔서 ‘내가 키우는 애’라고 농담을 해주셨어요. 줄곧 강형철 감독님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는데, ‘하이파이브’로 그 시간을 맞이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영광스러웠어요.”
특히 ‘하이파이브’는 출연진의 앙상블에서 오는 재미가 독보적인데, 이 배경에는 ‘강형철 매직’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부드러운데 카리스마 있으세요. 절로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힘도 있으시고요. 그래서 현장 가는 게 즐겁고 재밌었어요. 본 적도 없는 역할을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명확하게 이끌어 주셨어요. 그리고 배우들이 열심히 하지 않아도 앵글과 편집에서 코미디를 구현해 주시니까, 정말 ‘강형철 매직’이라고 생각했어요. 나중에는 애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야 더 자연스럽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그려주실 것 같아서요”
단기 목표는 관객 수 600만 달성, 장기 목표는 시즌2 제작이다. “600만을 넘고 싶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하이파이브’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체험시켜 드릴 수 있는 영화라는 것이에요. 오감을 만족시켜 드릴 수 있는 쾌감 넘치는 화면과 신나는 사운드가 잘 준비된 영화라는 얘기를 꼭 드리고 싶어요. 더 솔직한 바람은 큰 사랑을 받아서 후속편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쫄쫄이 슈트도 가능하고, 망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