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업 부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영향으로 상당수 청소년들의 마음 상태가 위태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자살률이 해마다 높아지는 만큼 청소년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정책들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경찰청과 해운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여고생 3명이 의식을 잃은 채 쓰러진 채 발견됐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현장에는 학생들의 가방과 휴대전화가 놓여있었고, 각각 1~2장 분량의 자필 유서가 있었다. 유서에는 대학 진학과 미래에 대한 고민, 학업 스트레스 등이 언급돼 있었으며 학교폭력 정황 등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청소년들의 전반적 정신건강은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10대 자살률은 2011년 10만명당 5.5명에서 2023년 7.9명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나머지 연령대의 자살률이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 수치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3년 초중고 학생 자살 사망자 수는 214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학생 10만명당 자살자 수도 2015년 1.53명에서 2023년 4.11명으로 늘었다.
정신건강 지표 역시 악화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청소년건강실태조사’에서는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율이 37.3%, 우울감 경험율 26%, 자살 충동 경험율 13.5%, 자살 시도율 5.25%, 고립감 경험율은 18.1%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의 ‘서울학생종단연구 2020 3차년도 결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초등학생의 우울감은 1차 조사를 시작한 2021년 0.51점에서 2022년 0.66점, 2023년 0.73점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청소년들의 자살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 학업 스트레스, SNS, 딥페이크(불법 합성물) 범죄 등의 영향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23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체 인구의 자살률은 줄어드는데, 연령대 중 10대 청소년의 자살률만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SNS에 ‘자해계’, ‘우울계’, ‘자살계’ 등의 계정을 통해 우울감을 공유하거나 딥페이크 범죄가 확산하는 등 청소년들에게 취약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영향으로 보인다”며 “특히 ‘4세 고시’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입시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아이들의 학업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청소년들의 우울감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효성이 낮은 점도 문제다. 지난해 ‘자살예방법’이 시행되며 연 1회 의무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온라인 교육도 허용하고 있어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황 이사장은 “수백명의 학생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교육하거나 온라인 시청각 교재로 동영상을 시청하는 방식은 아이들이 집중하기 힘들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홍보위원장인 이연정 순천향대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정신건강 고위험군 선별 프로그램, 학교 방문 사업, 치료비 지원 등을 통해 청소년 정신건강을 뒷받침하려는 정책은 많다”면서도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치료적 개입을 하려 해도, 미성년자는 부모의 동의가 필수적이라 거부가 있을 경우 치료 연계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의료 결정권을 청소년이 가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