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정의 1도 올린 세상] 무지갯빛 골든이 되려면?

[이연정의 1도 올린 세상] 무지갯빛 골든이 되려면?

이연정 충무교육원 교육연구사

기사승인 2025-09-08 09:38:34
이연정 충무교육원 교육연구사

얼마 전 대학에 진학한 딸이 방학을 맞아 집에 왔었다. 그리웠던 딸과 보낸 4주간의 시간은 흔적도 없이 삽시간에 흘러갔다. 방학 동안 무엇을 해 줄까? 어떤 것을 보여줄까? 고민했던 것 같다. 그러나 딸아이는 아무것도 필요한 것이 없다며, 엄마표 밥상만 줄곧 요구했다. 엄마가 금방 만들어 준 겉절이를 먹고 싶다고 하더니 요구하는 요리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호박잎에 강된장, 간간하고 고소한 멸치볶음, 돼지고기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 조갯살 넣은 된장찌개, 목이버섯 들어간 잡채, 맑고 개운한 소고기뭇국 등 딸아이는 “무엇이 먹고 싶다”를 날마다 표현했다. 

딸아이의 표현은 나를 움직이게 했다. 밥을 짓고 요리하는 동안 필자는 딸아이의 성장기를 돌이켜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공부해라, 일찍 일어나라, 학원에 늦겠다, 시간을 잘 맞춰라, 계획적으로 살아라” 등 끊임없는 명령과 지시. 적정한 행동을 요구하는 '동사'를 남발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나 경쟁적인 '동사'들의 연속은 딸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강요가 되었을까? 단지 “무엇을 먹고 싶다”라는 감정의 표현만으로도 나는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말이다. 행동을 요구하는 동사보다 마음을 살피는 형용사를 많이 사용할 걸 후회가 되었다.  

형용사의 힘은 넷플릭스 '케이팝데몬헌터스(케데헌)'에서도 발현된다. 

세계는 왜 케데헌에 반했을까? 한국적 정서가 녹아든 우리 고유의 문화적 배경, 스토리와 영상의 완성도도 최고의 수준이었지만, 필자는 골든에서 표현된 노래의 가사를 들여다본다. 아마도 가사와 발음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건 직업병일지 모르겠다.  

골든은 인간이 추구하는 보편적인 정서를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간 본연의 외로움과 사회적 편견 등 필연의 운명을 이겨내고 밝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확신을 표현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외로움, 편견, 고통을 ‘우리’라는 공동의 힘으로 함께 이겨내자는 연대의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문제를 묻고, 감추고, 은폐하는 것이 아닌 솔직하게 드러내고, 말하고, 논의하자는 공동의 문제로 확장한 것이다. 

우리말이 가진 아름다움도 큰 몫을 차지한다. 영어 가사 속 몇 개의 단어와 문장은 주제를 드러내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어두워진, 앞길 속에', '영원히 깨질 수 없는', '밝게 빛나는 우린'은 ‘자아의 현실 자각’이 ‘우리의 굳건한 우정’으로, 그리고 결국은 ‘함께 빛나는’ 해피엔딩으로 이어진다.  

우리말의 형용사는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대상을 표현하는데 적격이다. '걷다', '뛰다'와 같은 동사가 사물이나 존재의 행동과 행동의 의지를 보여준다면, 형용사는 사물의 존재나 성질,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동사가 존재의 의지를 나타낸다면, 형용사는 존재의 특징을 완성한다.

필자는 골든에서 형용사의 아름다움을 본다. '어둡다”, “영원하다', '밝다'가 시제를 갖는 순간 존재의 본질이 어떤 상태이며, 무엇을 지향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형용사가 가진 힘은 자아의 상태와 본질에 솔직함을 부여하고, 타인의 존재와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데 기여한다.  

필자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이 형용사를 많이 썼으면 좋겠다. 

'친절한, 사려 깊은, 따듯한, 그리운, 아름다운'과 같은 형용사 말이다. 골든 역시 형용사로 '금으로 만든, 황금빛의' 또는 '특별한, 소중한'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형용사는 사람의 본질적 가치를 나타내고, 마음의 상태를 표현하는 중요한 단어이다. 형용사는 단순히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닌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케데헌에 열광하는 세계인들은 골든의 가사를 통해 자아와 공동체의 존재와 가치, 앞으로 살아갈 미래의 방향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던 것은 아닐까?  

특히 자녀 교육이나 학교 교육에 있어 어른들이 형용사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딸아이의 아주 소박한 마음은 “엄마가 직접 만든 음식을 먹고 싶어요”였다. “~ 고 싶다”는 보조 형용사인데 앞말이 뜻하는 내용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나 희망을 나타낸다. 마음을 들여다보거나, 마음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형용사이다.

형용사를 적재적소에 쓴다면, 건강한 자아를 갖춘 개인이 모여 '무지갯빛 골든'으로 가득한 공동체 사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사회는 단순한 행동의 집합이 아닌,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는 살아있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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