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방식을 기존 공모에서 ‘주민 제안’ 방식으로 전환했다. 전문가는 주민 제안 방식으로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이 빠르게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12일 국토교통부 9‧7 공급 대책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정비 방식을 공모 방식에서 주민 제안으로 전환한다.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지역의 정비사업으로 6만3000호를 공급할 예정이다. 또한 선도지구에만 적용하던 계획수립 패스트트랙을 향후 추진될 사업까지 확대한다.
주민 제안 방식이란 주민이 직접 정비계획을 수립해 지자체에 제안하는 것이다. 공모 방식과 달리 사전 공모 준비기간이 필요 없어 사업 준비가 된 단지라면 최소 6개월 이상 빨리 추진할 수 있다. 또한 주민들이 주도하는 방식인 만큼 단지 맞춤형 설계가 가능해 만족도가 높고 경쟁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성남시가 1차 선도지구를 공모 방식으로 선정했는데 이때 주민 동의율과 공공기여 계획 등을 점수화해 평가하면서 단지 간 경쟁이 과열됐다. 일부 단지는 점수를 높이기 위해 무리한 공공기여를 약속하기도 했다.
다만 주민 제안 방식은 초기 비용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정비계획 수립에 필요한 초기 용역비 등을 주민이나 조합이 직접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민이 정비계획을 처음부터 직접 수립해 지자체에 제안하는 구조인 만큼 안전진단 등 전문가 용역을 직접 해야 한다. 더불어 제안 방식 특성상 계획의 완성도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주민 제안 방식을 크게 반기고 있다. 분당에서는 빠른 재건축을 기대하면서 매물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분당 공인중개사 A씨는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소형 평수 위주로 매물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분당 공인중개사 B씨는 “전화로 매물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정부 대책 발표 전부다 크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분당은 매매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9월 둘째주 분당 아파트 매매가는 0.28% 상승했다. 올해 누적 상승률은 7.78%로 경기 내에서는 과천 다음으로 높았다.
전문가는 주민 제안 방식 도입이 1기 신도시 재건축 속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모 방식은 선정 가능한 단지가 제한적이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면서 “이런 한계를 보완하고 속도를 높이기 위해 주민 제안 방식을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주민 제안 방식 적용으로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은 맞다”며 “다만 아직은 초창기 단계라 이주 대책이나 조합 내 조율 등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