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28명씩 여러 그룹으로 나눠 입국장을 나온 LG에너지솔루션 및 협력사 직원들에게 시민들은 박수갈채와 함께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격려를 보냈다. 입국한 직원들은 상황을 파악하느라 바빠보였지만, 미소를 띈 채 곧장 공항을 빠져나갔다. 직원 일부는 표정이 굳어 있거나 고개를 숙인 채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공항 도착장은 항공기가 도착하기도 한참 전인 오전 10시부터 내·외신 취재진으로 붐볐다. 구금됐던 직원들의 가족들 역시 이날 일찍부터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장기주차장 라운지에서 애타게 귀환을 기다렸다. 입국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던 오전 11시부터 라운지는 이미 가족들과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로 북적였다.
현장에는 LG에너지솔루션 인사팀 직원들과 협력사 직원들이 함께 배치돼 가족들을 안내하고 있으며, 직원 1명당 가족 1팀을 맡아 세심히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가족들을 차분히 안심시키고 상황을 설명하는 등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LG에너지솔루션 직원 가족 A씨는 “근 일주일동안 제발 남편이 건강하게만 있어달라고 빌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언제쯤 풀려날지 모르니까 1분이 1시간 같았고 매일 매시간 뉴스만 보며 살았다”고 했다. A씨는 입국 소식을 듣자 마자 마트에 가서 장을 봐왔다. A씨의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반찬이나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A씨는 “남편이랑 같이 집에 들어가서 따뜻한 밥 한 끼를 같이 먹고 싶다”고 전했다.
또 다른 LG에너지솔루션 직원 가족 B씨는 남편을 데리러 3살 딸, 시아버지와 함께 왔다. B씨의 딸은 인터뷰 내내 “아빠!”만 불렀다. 전날 남편에게 미리 연락을 받았던 B씨는 "건강하게 있으며 안전하다고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남편이 잘못한 게 없는데 범죄자 취급을 받는 듯해 정말 힘들었다”며 “공항을 나가자마자 수고했다고 하고 맛있는 밥을 먹일 거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직원 8명이 구금됐던 LG에너지솔루션의 한 협력업체 직원 C씨는 “이런 상황이 전개될 줄 아무도 몰랐다”며 연신 고개를 저었다. C씨는 “구금된 직원 8명 중에는 한 달 전에 가신 분들도 있고, 일주일 전에 간 직원도 있다”며 “같은 비자로 출장을 여러번 다녀왔는데 왜 지금 이 시기에 이렇게 잡혔는지 알 수가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협력업체 직원 가족 D씨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되니 같이 얼른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한 협력사 직원은 “5년치 악재가 이번에 터진 느낌”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 귀국은 정부와 회사의 협조로 성사됐다. 외교부는 미국 정부와 협의해 신속한 석방을 추진했고, LG에너지솔루션 역시 현지 및 국내 인력을 통해 후속 절차를 지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 “귀국 한국인들이 미국에 재입국할 때 불이익이 없다는 확약을 받았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측도 “직원과 가족들의 심리적 안정과 후속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비자 문제로 촉발된 이번 사건은 귀국으로 마무리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안의 여운이 남았다. 기업과 정부 모두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커지고 있다. 해외 사업장에서의 안전과 법적 지위 보장을 둘러싼 논의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