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함께 네옴시티에 건설 중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냉각솔루션 공급을 추진한다. 급성장하는 중동 데이터 인프라 시장에서 LG전자가 ‘AI 후방 산업’ 핵심 공급자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2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투자부 장관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조 CEO는 네옴시티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내 데이터센터 냉각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고, 현지 파트너사 셰이커 그룹·데이터볼트와 함께 추진 중인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도 관심을 당부했다.
알팔리 장관은 “LG와의 지속적인 협력에 감사하다”며 “사우디는 수출 주도형 국가로 전환 중이며, 수출을 이끄는 사업을 함께 한다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사우디에서 30년 가까이 사업을 이어왔다. 1995년 셰이커 그룹과 에어컨 사업에 진출한 뒤, 2006년 합작법인을 세워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데이터 인프라기업 데이터볼트와 손잡고 차세대 데이터센터 열관리 솔루션 공급에 나섰다. 데이터볼트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해 인도·미국 등에서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조 CEO는 “중동과 아프리카는 정부 주도의 변화와 대규모 프로젝트로 잠재력이 크다”며 “글로벌사우스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기회를 구축하는 것이 성장 전략”이라고 밝혔다. 그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5에서 “데이터볼트의 데이터센터에 냉각솔루션이 모두 적용되면 조 단위 매출도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LG전자는 올해 중동·미국·인도네시아 등에서 대규모 데이터센터 냉각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회사는 빠르게 커지는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에서 다양한 레퍼런스를 확보해 향후 경쟁 우위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사우디는 AI 허브 도약을 위해 정부 차원의 투자가 확대되는 지역”이라며 “옥사곤 프로젝트 수주는 중동 사업 확장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