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치매와 닮은 헌팅턴병' 원인 단백질 기능 세계 최초 발견

[쿠키과학] '치매와 닮은 헌팅턴병' 원인 단백질 기능 세계 최초 발견

KAIST, 국제공동연구로 헌팅턴병 단백질 작동 원리 규명
헌팅턴단백질, 신경세포 성장과 세포골격 유지에 중요 역할
알츠하이머, 파킨슨 등 퇴행성질환 연구 기여 기대

기사승인 2025-10-01 16:48:55
헌팅틴단백질의 세포골격 미세섬유 다발 형성 기작과 신경세포 발달 영향. KAIST

헌팅턴병은 근육 조정능력 상실, 인지기능 저하, 정신적 문제를 동반하는 대표적인 신경계 퇴행성 질환이다.

원인으로는 헌팅틴단백질(HTT)이 세포 내 소포 운반을 돕는 발판 단백질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 HTT의 결손이나 변이가 세포골격 단백질인 세포골격 미세섬유(F-actin)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특히 신경세포 축삭 말단의 성장과정에서 HTT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단서가 제시됐다.

그러나 HTT와 F-actin 간 직접적인 상호작용과 구조적 기초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치매와 닮은 희귀병

KAIST 생명과학과 송지준 교수팀이 오스트리아과학기술원(ISTA), 프랑스 소르본느대/파리뇌연구원(Paris Brain Institute), 스위스연방공대(EPFL)와 국제 공동연구로 HTT가 F-actin을 다발 형태로 배열하는 구조적 원리를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HTT의 새로운 역할을 분자 수준에서 세계 최초로 증명한 것으로, 헌팅턴병 발병원인의 이해를 넓히고, 세포골격 이상이 관여하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근위축증 등 다른 퇴행성질환 연구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동연구팀은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과 세포생물학적 기법으로 HTT가 F-actin에 직접 결합하고, 두 개의 HTT가 짝을 이뤄 20㎚ 간격으로 세포골격을 다발 형태로 가지런히 묶어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렇게 형성된 세포골격 다발은 신경세포 간 연결망 발달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실제 연구팀은 HTT가 결핍된 신경세포의 구조적 발달이 저해되는 현상을 관찰했다.

특히 세포 수준에서 HTT의 F-actin 다발 형성 기능이 뉴론의 축삭 성장에 필수적임을 입증했다.

이는 HTT 결핍으로 인한 신경세포 성장 결함이  HTT의 일부 구조적 영역 발현을 통해 회복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헌팅턴병의 병리 기전을 보다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고, HTT와 세포골격의 상호작용을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아울러 세포골격 재편성이 중요한 다양한 신경발달질환이나 근육 및 이동성 관련 질환 연구에도 폭넓게 기여할 전망이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KAIST 김재성 박사과정은 “베일에 싸여 있던 불치병인 헌팅턴병의 원인 단백의 작용 기전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헌팅턴병 발병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뿐 아니라 세포골격 관련 질환 연구에도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며 “세포의 분열, 이동, 기계적 신호전달 등 다양한 생명현상에서 헌팅틴 단백질의 역할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달 19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논문명: Structure of the Huntingtin F-actin complex reveals its role in cytoskeleton organization,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w4124)

(왼쪽부터)KAIST 생명과학과 송지준 교수, 김재성 박사과정, 김형주 박사. KAIST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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