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3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국회 상임위원회들이 역대 최다 규모의 기업인 증인을 채택하면서, 여야가 앞서 ‘무더기 채택을 자제하자’고 했던 약속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12개 상임위원회가 올해 국정감사에 채택한 기업인 증인은 전날 기준 166명으로, 지난해(159명)를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김기원 한국맥도날드 대표, 정종철 쿠팡CFS(물류법인) 대표, 도세호 SPC 대표,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대표 등 주요 기업인을 증인으로 올렸다.
같은 날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도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등 53명을 증인 명단에 포함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와 관련해서는 전현직 원장과 함께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현신균 LG CNS 대표 등이 채택됐다.
정무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증인 32명과 참고인 9명을 의결했다.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문제와 관련해 김영섭 KT 대표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포함됐고, 최태원 SK그룹 회장, 오경석 업비트 대표도 출석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최근 해킹 사태와 관련해 무려 92명의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박대준 쿠팡 대표, 우영규 카카오 부사장, 마크 리 애플코리아 사장 등이 명단에 올랐다.
다만 일각에서는 출석이 중복되는 등 기업인들을 무더기로 채택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여야가 올해 국감에서 기업 총수 증인 채택을 자제하는 쪽으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국정감사에서 기업인들을 대거 소환하며 이 같은 약속이 무색해졌다는 평이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기업 총수를 마구잡이로 신청하지 말자”는 의견을 냈고, 국민의힘 역시 “과도한 증인 채택을 자제하라”고 주문했었다. 이에 따라 증인 채택 관행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적으로는 달라지지 않았다.
국회가 현안과 관련된 기업인에게 직접 의견을 듣고 개선 방안을 찾는 취지는 타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다수 상임위가 중복 질의를 반복하면서 기업 측의 의욕을 꺾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기업인들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다만 내년도 전략을 세워야 하는 시기에 주요 경영자가 여러 차례 불려 나가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