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로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첫 해에 노벨평화상을 받겠다는 꿈은 무산됐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민주적 권리를 증진하고 독재 체제를 평화적으로 민주주의로 전환하기 위해 투쟁한 공로로 마차도를 202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마차도는 2013년부터 장기 집권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독재 정권에 대항해 온 민주 야권 지도자다. 야당인 벤티베네수엘라당 당수로 한때 유력 대권 주자로 올라서면서 ‘베네수엘라판 철의 여인’으로도 불렸지만 지금은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상태다.
예르겐 바트네 프뤼드네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마차도는 깊은 어둠 속에서 민주주의의 불꽃을 타오르게 만든 용감하고 헌신적인 평화의 옹호자”라며 수상자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상은 불발됐다. 그는 그동안 노벨평화상 수상 자격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후보 추천 단계에서부터 그의 수상 가능성은 낮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알프레드 노벨이 유언장에서 밝힌 노벨평화상의 핵심 이념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견해를 내놨다.
노벨은 1895년 작성한 유언장에서 ‘국가 간의 우애, 상비군 폐지·감축, 평화 회의 개최 및 증진에 가장 많은 또는 가장 훌륭한 일을 한 사람’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할 것을 명시했다.
로이터통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노벨위원회는 국제질서를 중시해 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이익을 최우선하는 정책으로 이런 질서를 약화시키는 데 주력해 왔다는 점에서 수상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내 여론도 냉담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공동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6%가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수상 자격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2%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