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의료자원 소모와 사회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령의 만성질환자는 감염성 질환에 취약하지만,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속하는 백신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노인 예방접종은 질병의 중증화를 차단하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만큼 적극적인 접종 독려와 함께 NIP 백신 도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는 12일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열린 ‘2025 헬시에이징 코리아’ 포럼을 통해 “노인 예방접종은 질병 관련 합병증을 예방해 의료 부담과 사망률을 감소시켜 건강한 노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생애 전주기 예방접종 프로그램 도입을 제시했다. 이번 포럼은 주한영국대사관, 주한영국상공회의소, 한국GSK가 공동 개최했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전체 인구 대비 20%를 넘으며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자 의료비는 2023년 기준 전체 진료비의 43%를 차지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고령자는 감염병에 취약하고 만성질환을 앓으며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지만, 접종 가능한 NIP 백신은 인플루엔자(독감)와 폐렴구균 두 종류에 불과하다. 그 외의 백신들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예산을 활용해 소규모 사업으로 지원하고 있을 뿐이다.
김 교수는 “성인은 다양한 만성질환을 경험하지만 NIP에 속하는 백신은 많지 않다”며 “건강한 노화는 고령화사회에서 질병 위험을 줄이는 데 필수적이며, 예방접종은 고령자 질환 예방을 위한 비용 효율적인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한 노화를 위한 예방접종의 다양한 정책적·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한길 이화여대 약학대학 교수는 “고령층의 예방접종 효과가 입증됨에 따라 해외 주요 국가에선 성인 예방접종을 NIP에 포함해 공공재정으로 지원하고 있다”면서 대상포진 백신과 RSV(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 백신의 NIP 포함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교수는 “영국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대상포진 무료 접종을 시행하고 있고, 일본은 지난 4월부터 대상포진 백신을 지원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일부 지자체에서 소규모로 이뤄지고 있어 지역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 교수가 제시한 대상포진·RSV 백신 예방접종 비용·편익 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상포진 백신의 경우 국내 50세 이상에 투입할 경우 비용 대비 사회경제적 편익(ROI)이 1.52로 나타났다. RSV 백신은 60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할 때 ROI가 1.65로 분석됐다. ROI가 1을 초과한 것은 투입된 비용보다 더 큰 사회적 편익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성인 예방접종이 질병 예방을 넘어 장기적인 사회경제적 편익을 가져오는 공공투자라는 점을 입증하는 결과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 성인 예방접종 백신은 초고령사회 대응이라는 관점으로 봤을 때 공공재로서의 성격이나 사회적 편익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성인 예방접종은 감염병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생산성 유지와 간병 부담 완화, 조기 은퇴 방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