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에 3000만원 가까운 약값을 감당할 수 없어 많은 환자가 치료를 시작조차 못하거나 중단하고 죽음 앞으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최근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의 급여 적용을 호소하는 글이 게시됐다. 리브리반트는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1·2차(병용·단독) 치료제로 허가받은 국내 유일한 치료제이지만, 비급여인 탓에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다. 급여 적용을 통해 환자 치료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리브리반트 급여화 요청에 관한 청원’이 게재됐다. 자신을 폐암 4기 환자의 가족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가혹하다”며 리브리반트의 급여화를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13일 오후 3시 기준 1만2900명 넘는 동의를 얻었다.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의 리브리반트는 국내에서 1·2차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로 허가받은 유일한 약물이다. 1차 치료에선 항암화학 병용요법으로, 2차 치료에선 단독요법으로 사용 가능하다. EGFR 엑손 20 삽입 변이는 전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약 12% 이내로 드물게 발생한다. 일반적 변이(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 치환 변이)가 약 85~90%의 비율인 것에 비하면 드문 편이다.
리브리반트는 지난 2022년 2차 이상 치료제로 국내 허가를 받았지만, 여전히 비급여에 머물러 있다. 올해 1월엔 리브리반트·항암화학 병용요법으로 1차 치료제로 허가받았지만, 이 역시 비급여다. 비급여인 탓에 환자들은 1년에 1억5000만원 이상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청원인에 따르면 리브리반트의 약값은 1바이럴당 170만원가량으로, 환자의 신체적 조건에 따라 1회 치료에 700~800만원 정도 소요된다. 치료 초기에는 한 달에 4회 투여가 이뤄져 치료 첫 달에만 3000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
리브리반트의 효과는 임상시험에서 입증됐다. 3상 임상 연구 ‘PAPILLON’에 따르면,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대비 폐암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PFS) 등을 유의미하게 개선했다. 추적 관찰 기간 중앙값 14.9개월 시점에서 리브리반트 항암화학 병용요법군의 PFS 중앙값은 11.4개월(95% CI 9.8~13.7)로, 항암화학요법 단독군 6.7개월(95% CI 5.6~7.3)보다 유의미하게 길었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아미반타맙 병용요법군에서 항암화학요법 단독군 대비 약 60% 낮았다.
청원인은 “엑손 19, 21 변이 폐암 환자들은 ‘타그리소’(오시머티닙, 아스트라제네카), ‘렉라자’(레이저티닙, 유한양행) 등 급여 약제로 약값 부담을 덜고 치료받고 있지만, 엑손 20 변이 환자들은 경제적 이유로 치료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신속하게 리브리반트를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항암제 병용요법 부분 급여 정책이 시행됐음에도 리브리반트·항암화학 병용요법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급여화를 통한 치료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항암제 병용요법 부분 급여 정책은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항암제에 비급여 항암제를 추가해 사용하더라도 기존 급여 항암제는 그대로 건강보험 급여가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지난 6월부터 54개 항암제 병용요법 중 35건에 대해 부분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요법인 ‘타그리소·페메트렉시드 및 백금 기반 항암화학 병용요법’이 있다.
오인재 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일반적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비해 예후가 불량하기 때문에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면서 “아미반타맙은 임상 연구를 통해 1차 및 2차 치료제로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비급여 상태로 환자의 치료비 부담이 커 의료진 입장에서도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엑손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표적치료 옵션인 아미반타맙의 치료 접근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