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물 복용을 통한 임신중절을 합법화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자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여성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4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최근 국회에서 임신 주수나 사유에 제한 없이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면서 의사의 신념과 무관하게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며 “아는 국민의 생명권 보호 및 여성 건강 증진이라는 가치에 반할 수 있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임신중절수술뿐 아니라 약물로도 임신중절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아울러 정부는 최근 미프진 등 임신중지 약물 합법화를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다.
임신중지 약물은 임신 10주 이내에 사용하는 약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2005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으며 현재 100여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임신중절 의약품은 과다출혈, 극심한 복통, 구토, 감염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며, 불완전 유산으로 인해 추가적인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의협은 “현재 국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임신중절 의약품이 전무하며, 해외에서 사용되는 약물조차 그 안전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특히 자궁 외 임신이거나 과거 제왕절개 경험이 있는 여성에겐 자궁 파열, 영구 불임 같은 치명적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의학적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약물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는 것은 여성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처사”라며 “생명 윤리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임신중절 시술을 원치 않는 의료진에겐 진료 거부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신중절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선 “생명을 중단시키는 행위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협은 “연간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에서 희귀질환자 등 절실한 치료가 필요한 다른 환자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